
해야 할 일들을 일찌감치 끝내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데드라인 코앞까지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마지막 순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끝내거나 또는 피를 보는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후자에 속한다. 과제, 시험 공부, 그리고 심지어는 나갈 준비를 하는 것 조차 나가야 할 시간이 다다라 올 때가 되어야 겨우 엉금엉금 시작하곤 한다.
할 일을 미루는 행위는 고질병이다. 그 마지막 순간에 급히 서두르며 일을 처리 할 때 느끼는 다급함 속에서 "다시는 미루지 말고 미리미리 끝내야지" 라고 마음을 먹지만, 사람이 변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한번 미루는 사람은 영원히 미루는 사람으로 남기가 쉽상이다. 너무도 비효율적이고 신경을 다 소모해버리는 이런 행위를 왜 끊지 못하는 걸까? 습관적으로 미루는 사람들은 할 일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룸으로서 어떤 다른 만족감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
내가 procrastination을 끊지 못하는 이유들을 곰곰히 생각 해 보았다. 첫째로는 내 성격, 타고난 기질이 그렇다. 실제로 trait procrastination 점수가 높을수록 Big Five 성격 유형 중 conscientiousness 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Johnson & Bloom, 1995). 나는 규칙적으로 생활 하기 보다는 그때 그때 나의 스케쥴과 컨디션에 맞추어 생활 하고 (결국은 밤샘과 늦잠을 밥먹듯 한다는 얘기다) 나의 데스크탑은 정리되지 않은 여러가지 종류들의 파일들로 뒤덮여 있고, 내 방과 책상 역시 깔끔함 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나의 습성을 단순히 "게으르다" 라는 표현으로 단정 짓는다면 나의 다른 습성들과의 상관관계를 무시하는 꼴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생활 면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빡빡한 사람은 아니다.
둘째로는, 생각이 너무 많다. 이 또한 타고난 기질에 포함될 수도 있겠다: 한 사람의 기질이 thought----action 이라는 continuum 상에 위치한다면 나는 분명히 thought 쪽에 무척이나 치우친 사람 일 것이다. 어떠한 일을 직면했을때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그걸 하지않고 미루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마음속으로 그것을 어떻게 어떤식으로 해야 할지,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지, 다른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은 이미 지나있고 머릿속으로 계속 반복했던 생각에 이미 지쳐서 결국은 나중에 하기로 마음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셋째로는, 마지막 순간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효율성과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끝냈을때의 짜릿함을 즐긴다. 나는 특히나 벼락치기에 익숙해서, 데드라인이 한참 남았을 때의 효율성과 마지막 순간에 발휘되는 효율성의 차이가 너무나도 극심하다. 데드라인에 가까워 졌을때 내 일에 완전히 몰입하여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일과 하나가 되어 작업을 할때, 그리고 그것을 끝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꽤나 중독적이다. 어쩌면 초조함과 불안함이 성취감을 더 극대화 시키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에서 procrastination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안하고 미루는 것 이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일 대신 우선순위가 낮은 일들을 먼저 함으로써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일들을 나중까지 미루는 행위라고 정의되어진다. 이러한 행위는 일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끝내는 것에 대한 불안감 (걱정이나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 등을 포함한) 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대응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완벽주의적 성향과 procrastination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이 상관관계의 핵심 역시 완벽주의적 성향이 가져다주는 불안감이다. Robert B. Slaney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의 완벽주의를 긍정적으로 생각 하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procrastination 을 덜 하였고, 스스로의 완벽주의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만이 (maladaptive perfectionists) 높은 점수의 procrastination과 anxiety를 보였다. 따라서,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 자체가 아닌, 완벽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일의 시작을 회피하고 미루게 만드는 것이다.
시간 관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 경제학 교수가 "시간 관리법" 강의에서 빈 항아리를 학생들 앞에 놓더니 큰 돌맹이로 채우고는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나요?"미룸은 일을 당장 하지 않음으로서 순간의 행복을 가져다 줄 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중요한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비효율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완벽을 추구하며 동시에 실패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할 일을 자꾸만 미루게 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원하는 완벽을 이룸에 있어서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은 그렇다고 대답했고, 교수는 이번엔 조그만 자갈을 꺼내어 돌맹이 사이사이에 흘려 넣고는 다시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다고 생각하나요?
학생들은 머뭇거렸고, 이번엔 모래를 꺼내든 교수가 항아리 가득 모래를 쏟아붓고는 물었다. "이젠 이 항아리가 가득 찼다고 생각하나요?
학생들은 "아니오" 라고 대답했고, 교수는 웃으며 물을 가져와 항아리에 다시 부었다. 물로 항아리가 가득 차자 교수는 물었다. "이 실험이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아시나요?
한 학생이 말했다. "아무리 시간이 없는 것 처럼 보여도 실은 그 사이사이에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입니다."
교수는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제일 큰 돌맹이를 맨 처음에 넣지 않으면 영원히 넣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입니다."
혹시, "더이상 할 일을 미루지 말아야겠다--내일부터!" 라고 말하고 싶은가?
내일과 영원은 한 끝 차이이다. 미룸과 꾸물거림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다.
by nor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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